신록의 푸름 안고 '소백 삼봉' 가슴에 담아
제3구간 소백산 죽령∼배점리(21.3㎞)
제1 연화봉 찍고 비로봉 넘어 국망봉 눈에 담아 '세 봉우리' 품어
화사한 철쭉 군락지·청아한 계곡 물소리 벗삼아 낙오자 없이 종주
이번 산행의 목적지는 우리나라 12대 명산의 하나인 소백산(1439.5m)으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경계에 있다.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와 다양한 식물 생태계로 잘 알려진 산이라 연중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이다.
대간꾼(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의 약칭)은 아침잠이 없다. 백두대간 대장정 3번째 산행은 5월 31일 새벽 4시에 시작됐다. 11명의 종주팀을 비롯해 무려 203명이 한꺼번에 나서는 산행이어서 사전준비는 물론 긴장감도 여느 때보다 더했다. 산행 가이드와 안전 지킴이 모두 종주팀 몫이다.
버스 안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오전 8시 산행 기점인 죽령 휴게소 광장에서 간단한 체조를 시작으로 배점리 매표소 입구까지 21.3㎞를 걸어야 한다. 혹 산행이 버거운 일행을 위해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로 빠지는 코스와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거쳐 삼가지구로 내려가는 탈출로를 확보했다.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잇는 죽령의 해발 고도는 689m로 웬만한 산 높이다. 죽령서 출발한 일행은 1시간 30분 남짓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산에 올랐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시멘트 포장길이 다소 어색했지만 이유가 있다. 소백산 천체 관측소와 이동통신 송신소를 오가는 비상 차량 때문에 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송신소 아래 제2 연화봉과 천체관측소 옆 연화봉 정상을 배경 삼아 일행은 "우리가 왔노라" 외치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철쭉 군락지를 따라 40분 남짓 오르고 내리는 발걸음 끝에 '소백 삼봉'의 하나인 제1 연화봉(1394.4m) 정상에 우뚝 섰다.
등줄기를 타고 내렸던 땀이 세찬 바람에 씻기는 바람에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미 설악 구간을 경험한 종주 대원에게 이번 소백산 구간은 가볍다 못해 싱겁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싶다. 오죽했으면 박재석 종주팀장이 "공룡능선에 비하면 비단 길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50리가 넘는 구간 종주는 거리만큼 피곤함도 몰려왔다.
처음 산행에 따라나선 사람들 사이에 구간이 길어지자 '장난 아니네!'라는 푸념이 절로 쏟아졌다. 제1 연화봉 정상에서 동북 방향으로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이 눈에 잡힐 듯 들어왔다. 나무 데크로 이어진 탐방로 주위엔 나무가 모습을 감췄다. 워낙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나무가 살 수 없는 아고산대 지형이다.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주목의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비로봉 정상아래 주목 관리소 부근에서 점심을 먹었다.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위 캔 두 잇' 함성 속에 소백의 최고봉 비로봉(1439.5m)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저마다 정상 표지석 부근에서 흔적을 남기고자 사진촬영을 하느라 비좁을 정도로 붐볐다. 이제 남은 봉우리는 국망봉으로 소백 삼봉 모두를 눈과 가슴에 담게 된다.
국망봉(1421m)은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신라를 회복하고자 노력했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삼베옷 한 벌만 걸치고 이곳 국망봉에서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국망봉 아래에 모인 일행은 대간 마루금인 상월봉으로 향하지 않고 남동쪽 아래로 내려서는 배점리 초암사로 방향을 잡았다. 돼지 바위와 초암사, 죽계구곡을 거쳐 목적지인 배점리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하산길은 3시간 이상 걸렸다. 오를 때보다 힘은 덜 들지만 하산길은 발목과 무릎에 작지 않은 충격을 주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은 오히려 크다.
5월 신록의 계절답게 소백은 푸름의 자태를 종주팀에게 선사했다. 하산길에 만난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는 초암사 풍경소리와 함께 푸근함을 더했다. 초암사에 도착한 일행은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갔다. 물이 얼마나 차고 맑은지 1분을 제대로 발을 담글 수가 없었다. 배점리 매표소 입구에 도착한 일행은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203명 모두가 종주 산행을 마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시작 구호가 '우리는 해냈다'는 메아리로 돌아온 것이다.
